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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의 실수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단독사고. 천만다행으로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병원비와 차량 수리비 걱정이 앞섭니다. 당연히 보험 처리를 생각했지만, 잠시 후 당신은 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바로 '쥐꼬리만 한' 보상금과 다음 해에 날아올 '보험료 할증 폭탄' 고지서 때문입니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당신의 자동차보험 증권에 적힌 단 두 글자, '자손'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단독사고에서 '자손(자기신체사고)'과 '자상(자동차상해)'의 선택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드립니다.

     

     

    자손 vs 자상, 보상금부터 하늘과 땅 차이

    많은 운전자들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대인, 대물, 자차(자기차량손해)는 꼼꼼히 따지면서도 정작 운전자 본인과 가족을 위한 보장인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의 차이점은 간과하곤 합니다. 보험료가 몇 만 원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자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선택이 사고 시 수백, 수천만 원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1. 자기신체사고 (자손): 정해진 '급' 만큼만 보상하는 냉정한 현실

    '자손'의 가장 큰 특징은 상해 등급에 따라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치료비를 지급한다는 점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에 명시된 상해등급(1급~14급)에 따라 보상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로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아 1000만원의 병원비가 나왔더라도, 해당 부상이 9급으로 판정되면 설정된 한도액인 250만원만 받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750만원은 고스란히 내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 보상 방식: 상해 등급별 정액 보상
    • 장점: '자상'에 비해 연간 보험료가 2~4만원 가량 저렴하다.
    • 치명적 단점:
      •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모두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치료비 외에 휴업으로 인한 손해, 정신적 피해보상(위자료) 등은 전혀 보상받을 수 없다.
      • 단독사고처럼 100% 본인 과실인 경우, 과실상계 원칙이 적용되진 않지만 애초에 보상 한도가 매우 낮아 의미가 없다.

    2. 자동차상해 (자상): 실제 손해액을 모두 품어주는 든든함

    '자상'은 '자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자, 현명한 운전자들의 필수 선택지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상해 등급과 관계없이 가입한 보험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모두 보상한다는 것입니다. 위와 동일하게 허리 디스크로 1000만원의 병원비가 나왔다면, 가입 한도(보통 1억~3억) 내에서 1000만원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 보상 방식: 가입금액 한도 내 실제 손해액 전액 보상
    • 장점:
      •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다.
      • 치료비는 물론, 휴업손해, 위자료, 장례비(사망 시)까지 폭넓게 보장한다.
      • 가장 중요한 포인트! 운전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고 보상금이 지급된다. 즉, 100% 내 잘못인 단독사고에서도 모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동승한 가족까지 모두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
    • 단점: '자손'에 비해 연간 보험료가 조금 더 비싸다.

    단순히 병원비만 놓고 비교해도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만약 사고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수입 감소까지 고려한다면, '자손'과 '자상'의 보상금 차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보험료 할증의 진실: 자손, 자상 모두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자손'은 보험료가 싸니까, 할증도 덜 되는 것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단독사고에서 본인 치료를 위해 보험을 접수하는 순간, 즉 '인적 사고'로 처리되면 '자손'이든 '자상'이든 보험료 할증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보험료 할증은 사고 내용에 따라 부과되는 '사고 점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운전자 본인이 다쳐서 보험 처리를 할 경우, '자손'과 '자상' 모두 동일하게 1점의 사고 점수가 부과됩니다. 이 점수로 인해 갱신 시 보험료 할인·할증 등급이 하락하게 되며, 이 효과는 무려 3년간 지속됩니다.

    • 잘못된 상식: '자손'을 처리하면 '자상'보다 할증이 적게 된다. (X)
    • 정확한 사실: '자손'이든 '자상'이든 본인 치료를 위해 사용하면 '인적사고'로 분류되어 동일한 할증 점수가 부과된다. (O)

    결국,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할증이라면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자손'을 선택하는 것은, 똑같이 벌점을 받고 3년간 보험료 할증을 당하면서도, 정작 사고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초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험료 폭탄'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할증되는 금액이 아니라, '할증은 할증대로 되면서 보상은 못 받는' 억울한 상황 그 자체입니다.

     

    결론: 연 3만원 차이가 당신의 수천만원을 지킨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자손'과 '자상'의 연간 보험료 차이는 설계사나 보험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만원에서 4만원 내외에 불과합니다. 하루에 100원도 안 되는 돈입니다. 이 작은 차이를 아끼려다, 예기치 못한 단독사고 발생 시 수백, 수천만 원의 치료비와 생계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할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특히 전봇대, 가드레일, 벽 등을 들이받는 단독사고는 100% 운전자 과실이므로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내가 가입한 보험, 그중에서도 '자상(자동차상해)'만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자동차보험 증권을 확인해보십시오. 만약 '자기신체사고'로 가입되어 있다면, 다음 갱신 시에는 반드시 '자동차상해' 특약으로 변경하시길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커피 몇 잔 값으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고는 예측할 수 없지만, 현명한 대비는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안전과 자산을 지키는 선택, '자동차상해' 네 글자를 꼭 기억하십시오.